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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남자자존심 올려주는 10cm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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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10일
남자 자존심 올려주는 10cm 마법
![]() ‘180㎝ 남성의 로망’키높이 구두 이회창 총재ㆍ김정일 위원장등 유명정치인도‘신비의 구두’마니아
최근엔 아찔한 하이힐에 리본장식ㆍ꽃무늬 레이스로‘팔색조 변신’
아침 출근길에 담배는 못 가져나와도 키높이 구두만큼은 꼭 챙긴다는 직장인 A씨. “평소 귀엽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에요. 168㎝의 작은 키가 콤플렉스죠.” 큰맘 먹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8㎝짜리 키높이 구두를 주문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팅자리. 뽀샤시한 꽃미남형 외모에 176㎝의 키를 자랑하게 된(?) A씨는 “처음으로 여자들에게서 화살이란 걸 받아봤다”고 감격해했다. 이제 막 깨소금 같은 사랑을 시작한 A씨에게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신발을 벗을 수가 없어요. 제 작은 키에 여자친구가 실망하면 어떡하죠?”
한번 신으면 끊을 수 없다. 화장에 중독된 여성들은 맨 얼굴을 기피하게 마련이지만, 키높이 구두에 한번 맛을 들인 남성들은 결코 내려설 수가 없다. 이 땅의 남성들을 상대로 서서히 그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키높이 구두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매장에도 없는 키높이 구두, 정말 인기 많아?
드러내놓고 구입하기 껄끄러운 제품인 만큼, 매장보다는 온라인상 매매량이 많은 편이다.
지난달 29일 온라인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남성 키높이 구두’ 카테고리의 매출 성장률이 매년 30~40%가량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키높이의 속내를 드러낸 5㎝ 이상 굽 상품이 전체 상품목록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5㎝ 이상 굽 제품의 일일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3배가량 늘어나 하루 평균 150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키높이 구두의 애호층은 직업과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권위를 드러내야 하는 정치인과 맞선 시장에 던져진 총각들, 외모가 곧 생명이라는 연예인들까지 키높이 구두의 세력권 안에 들어있다. 10㎝ 높이의 아찔한 키높이 구두를 신는 가수 신해철과 노홍철, 정우성 못지않은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 이병헌도 즐겨신는다. 최근 건강상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키높이 구두를 벗어던진 김정일 위원장이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도 키높이 구두 애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왜 키높이가 유행할까
키에 대한 강박관념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유독 심한 편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 7월부터 두 달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초혼여성이 배우자에게 바라는 신장은 180~185㎝(40%)가 가장 많았고, 175~180㎝(32%), 170~175㎝(13%)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180㎝ 이상의 키는 한국 성인남성 3%에 불과하다.
하이힐 신는 여성이 늘어날수록, 여자친구보다는 커 보이고 싶은 남성들의 자존심이 키높이 구두 열풍을 만들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 노홍철, 신해철 등 연예인들로 인해 키높이 구두가 특수 기호품이 아닌, 대중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노홍철의 키높이 구두를 제조해 유명세를 탄 ‘슈즈박’의 박대섭 사장은 “최근엔 기능성 키높이 구두보다는 화려한 디자인을 강조한 남성용 키높이 운동화가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남자는 꽃무늬 구두로 높아지면 안돼?
다양한 수요층을 등에 업고, 키높이 구두는 나날이 팔색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높은 굽 남성화 종류만 500여 종에 달할 정도다.
과거엔 구두 안쪽에 패드를 끼우거나 굽이 숨겨져 있는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높은 굽을 당당히 드러내는 제품들도 각광을 받고 있다. 통굽, 또는 면적이 넓은 굽이 주로 쓰이고 있지만, 여성 하이힐처럼 뒷굽이 뾰족한 형태의 키높이 구두도 등장했다. 지난해 탤런트 장동건이 한 팬사인회에서 신은 8㎝ 키높이 구두는 여성의 아찔한 하이힐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소재와 디자인 면에서도 여성 구두 못지않다. 리본 장식과 꽃무늬 레이스를 활용한 정장구두와 롱부츠, 반짝이는 에나멜과 악어가죽 구두도 등장했다.
최근엔 뒤꿈치만 높이는 일반 키높이 구두와 달리, 발 전체를 높이는 구두가 ‘신기술 키높이 구두’로 각광받고 있다. 발 앞꿈치와 뒤꿈치의 높이 차이를 줄여, 허리 부담을 덜었다는 설명이다.
▶‘키높이 양말’은 들어봤니?
아무리 키높이 구두가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발 밑 7㎝ 굽이 실제 자기 키처럼 보이고 싶은 것이 남성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오늘도 키높이 구두를 찾은 온라인몰에서는 구두 굽을 가리기 위한 치열한 머리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키높이 양말은 양말 속에 넣어 키를 높여주는 보조기구다. 구두를 벗으면 다시 키가 작아지는 단점을 보완, 온돌방에서도 큰 키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네티즌들은 ‘양말 안에 뭘 넣은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바지 밑단으로 잘 가리면 무난하다’,‘패드를 하나 더 사서 2개씩 끼우고 다니면 어떨까요?’,‘흰 양말과 신으면 티가 많이 난다. 회색이나 검은 양말과 함께 사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구입 후기를 올렸다. 최근엔 발바닥 지압효과, 충격 흡수, 뒤틀림 방지 돌기 효과를 내는 키높이 양말이 각광을 받고 있다.
키가 3단계로 조절되는 ‘신비의(?) 깔창’도 나왔다. 3개의 분리형 깔창을 끼워 맞춰 9~25㎜까지 깔창의 높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실리콘 소재로 피로감을 완화한 깔창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키높이 구두 굽은 외관상 보통 구두와 다를 바 없지만, 알고보면 ‘빙산의 일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숨은 굽으로 한 번, 깔창으로 또 한 번 올려줍니다’는 문구의 광고에 따르면, 1㎝의 얇은 굽 위로 자그마치 10㎝의 굽이 숨겨져 있다.
▶키높이 구두, 제대로 신어볼까.
키높이 구두를 신으면 금세 피로해진다. 발 앞부분만 땅에 딛고 걸으면 무릎과 척추, 엉덩이 관절까지 하루종일 긴장하기 때문이다. 부평힘찬병원 정형외과 서동현 전문의는 “발바닥 앞쪽으로만 체중이 쏠려 압력을 받게 되면 발바닥이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기거나, 발바닥 자체에 화끈거리는 열감과 함께 결국 굳은살이 생기기 쉽다. 또 높은 굽은 발뒤꿈치에서 종아리로 이어지는 아킬레스건과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아 위축되어 제대로 발목을 지탱하지 못하는 결과도 가져온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키높이 구두를 신었다면,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발의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기껏 키높이 구두로 멋을 냈는데, ‘오리궁둥이’로 전락하기 쉬운 것도 문제다. 몸의 중심이 뒤쪽으로 이동해 엉덩이가 튀어나오고, 허리가 굽어보이기 십상이다. 늘 허리를 곧게 피고 자세를 바로 잡아야 훤칠해진 키가 비로소 빛을 볼 수 있다.
너무 두꺼운 키높이 깔창은 발의 건강을 해친다. 단화 같은 신발에 키높이 깔창을 넣으면, 발등이 신발에 심하게 눌린다. 또 발뒤꿈치를 잡아주는 부분이 작아져 신발이 헐떡거리는 현상이 발생하기 쉽다. 1㎝ 이상의 키높이 깔창을 사용할 때는 한두 치수 더 큰 신발을 고르고, 상대적으로 목이 높은 양말을 신어 안정감을 줘야 한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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